◇여가부, “다문화가정 문제는 모두 국제결혼중개업 탓?”
여가부는 새해 주요정책과제로 ‘성숙한 다문화 사회 조성’을 제시하고, 국제결혼 건전화와 다문화가족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결혼 중개업을 강력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다문화가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의 근원이 인신매매성격으로 이루어지는 국제결혼중개업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교식 여가부 차관은 새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가정 문제의 근원은 정상적이지 못한 결혼 절차에 있다”며 “정부는 올해 건전한 국제결혼을 정착시키는데 다문화정책의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한 결혼중개업관리법에서 국제 결혼중개업은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관할 지자체가 지도·감독하도록 했다. 또 결혼중개업자에 대해 △계약내용 설명의무 및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 △외국 현지법령 준수 의무 △허위·과장된 표시·광고 및 거짓 정보제공의 금지 등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은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 영업등록취소 등 사후적인 규제만 포함하고 있고 선제적 예방이나 피해자인 이주여성의 현실적 여건은 고려하지 않아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결혼이주여성은 국적 취득을 위한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모든 신분이 남편에게 달려 있다. 그 전에 이혼하게 되면 여성의 체류자격은 박탈되며, 쉼터로 피신한 경우에도 남편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출신고를 하면 ‘신원보증철회 신청’으로 접수돼 ‘불법체류’ 상태가 된다.
현행 국적법은 가정폭력 피해로 이혼한 여성들이 체류연장 및 귀화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지, 또 이주여성이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선 유리한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데 취약한 지위에 처한 상황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이 국제결혼중개업 관리 강화로 해결될 것이라는 여가부의 안이한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요한 인권 문제가 다문화 가족 기능 강화로 묻혀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은 “다문화 가정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결혼 이민자 여성의 안정된 체류를 보장하고 자립능력을 지원하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보다는 적응이 우선? 이주여성쉼터 예산 등 ‘제자리’
이 밖에 부처별로 다문화가족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업무의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성, 예산 낭비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이민 정책과 사회 통합 프로그램’,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를 비롯한 다문화가족 정책’, 교육과학기술부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교육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부처 간 중복 사업 문제를 총괄하기 위해 지난 해 12월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1년이 넘도록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 대표인 김혜성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실효성 있는 다문화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부 내에 강력한 집행전담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정부의 결혼이주여성 지원 사업이 인권보다는 ‘한국인 만들기’를 위한 적응 쪽에 역점을 두다 보니 이주여성쉼터 지원과 같은 관련 예산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꼭 예산을 늘려야 한다기보다는 현재 각 부처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회성·행사성 다문화 관련 사업의 중복 낭비만 막아도 폭력 피해 결혼이민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진 기자 jj@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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